뮤지컬

2024 베어더뮤지컬 첫공 후기(2024.05.22) 홍기범-김재한페어, 자극적인 마라맛 뮤지컬! + 베어더뮤지컬 줄거리/스포

공덕2 2024. 5. 23. 15:29

안녕하세요. 서울 살고 있는 문덕후입니다.

오랜만에 또 후기를 가져왔습니다.

후기를 쓰는 일은 정말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기억이 확실 할 때 얼른 써야되겠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바로, 어제 관람한 뮤지컬이고 유명한 '베어더뮤지컬'입니다.벌써 육연째로 알고 있는데, 스타들의 등용문으로 유명한(핫한 스타들은 한번씩 거쳐간다는) 바로 그 뮤지컬입니다.

 

2024년 베어더뮤지컬은 2024.05.22 ~ 2024.08.25 공연기간이구요.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하고 있습니다. 저는 따끈따끈한 첫공을 관람하고 왔습니다.

 

우선 간단하게 뮤지컬 소개 및 캐스팅부터 해드리겠습니다.이 극의 주인공이라고 볼 수 있던 피터&제이슨 역만 간단하게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역시 핫한 뮤지컬 답게 대학로 스타배우들이 대거 참여하셨는데요.이 뿐만 아니라 신예 배우는 1500:1의 경쟁률을 무려 뚫었다고 하니 엄청 기대가 됩니다.

 

 

 

[캐스팅스케줄]

캐스팅 스케줄 공유드립니다.

저는 5/22 첫공으로 관람했고, 피터역에 홍기범, 제이슨역에 김재한, 아이비역에 조디아나, 맷역에 박상준, 나디아역에 장보람, 클레어/수녀 역에 이미경 배우님으로 관람하였습니다. 

 

[공연관람평] 줄거리 + 스포 포함(스포주의 ★)

 

공연후기를 남기도록 하겠습니다. 줄거리 및 스포가 대량 포함되어있으니 스포를 원하지 않으는 분들은 뒤로 가주세요!

 

공연 시작은 피터의 꿈으로 시작됩니다. 장례식장에 온 피터, 피터는 꿈에서 깨어난 후 자신의 연인인 '제이슨'에게 본인들의 관계를 학교에 밝히자고 이야기 합니다.

피터와 제이슨은 가톨릭 학교를 다니고 있는데요. 졸업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 가톨릭 학교에서 본인들이 '게이'임을 밝히고 싶지 않았던 '제이슨'은 피터의 제안을 거절합니다. 

 

학교에서 졸업 연극으로 '로미오와 줄리엣'을 하게되고, 줄리엣 역을 맡고 싶었던 제이슨의 쌍둥이 나디아는 유모역을 맡게 되고, 줄리엣은 학교 퀸카인 '아이비'가, 로미오역에는 '맷' 대신 학교 킹카인 '제이슨'이 그 역할을 맡게됩니다.

줄리엣에 떨어진 것이 자신의 못생긴 외모탓이라며 비관하는 '나디아'에게 '제이슨'은 그렇지 않다고 나름의 방식으로 위로를 하죠.

 

그러던 어느 날, 레이브 파티를 열게된 학생들은 평소 억압받던 학교 생활에서 벗어나 술, 약, 클럽 등 자유로운 생활을 하게 됩니다.

제이슨과 피터는 사람들의 눈을 피해 밖에서 몰래 키스를 하게 되고, 이약에 취한 아이비를 찾으러 다닌 맷은 이를 목격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약에 취한 피터는 맷에게 제이슨과 본인의 관계를 밝히게 됩니다.)

 

우선, 피터가 제이슨에게 본인들과의 관계를 밝히자고 강요하는 부분이 답답했습니다.

물론 평범한 연인사이이기 때문에 본인들의 관계를 숨기지 않고 당당하게 말하고 싶은 피터의 마음이 이해가지 않은 것도 아니었습니다.

10대의 남학생이니 그는 더 했겠죠. 하지만, 본인이 사랑하는 제이슨이 이를 원하지 않는데 '본인'이 당당해지고 싶다며 이를 강요하는 피터의 모습이 제이슨에게 너무하다고 느껴졌습니다.

 

결국, 제이슨은 이런 피터의 집착(?)과 강요(?)에 지치게 되고, 피터와 달리 본인의 성정체성에 대한 '확신'과 '자신'이 없었던 제이슨은 피터를 피하게 되고, 아이비의 유혹에 넘어가 아이비와 하룻밤을 보내게 됩니다. 

 

여기서는 또 제이슨에게 빡침 포인트가 한두개가 아닌데요.

물론, 피터가 본인의 성정체성을 밝히자고 하는 강요가 이해가 안되고 답답할 순 있겠으나, 피터를 밀치며 소리지르고 욕하는 부분.

사실 이도 제이슨이 10대의 남학생이라는 가정하게 보면 납득이 아예 안가지는 않으나, 해당 장면에서 제이슨에게 밀침을 당하고 눈물이 그렁그렁한채 상처받으며 도망가는 피터의 얼굴을 보면... 제이슨에 대한 욕이 절로나옵니다. (홍기범 배우님 연기가 아주 좋더라구요.. !)

 

방학이 끝난후 다시 만난 학생들. 졸업은 이제 3주도 남지 않게 되었습니다.

피터는 여전히 제이슨을 피했고, 제이슨은 그런 피터가 불편합니다. 이런식으로 피터와 안녕하고 싶지는 않았던거죠.

그리고 아이비는 제이슨과의 하룻밤으로 임신을 하게 됩니다. (막장 드라마 그자체..)

 

아이비가 제이슨에게 임신 사실을 밝히고, 제이슨이 이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자 이 상황을 보고 있던 '맷'이 '제이슨'의 성정체성을 강제 아우팅하게 됩니다. 이로인해 제이슨, 아이비, 피터 뿐만 아니라 모든 학생들이 피터와 제이슨의 관계를 알게 되었죠.

제이슨과 피터가 하룻밤 관계를 가졌고 아이비가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된 피터는 제이슨에게 완전한 이별을 고합니다.

제이슨은 말 그대로 멘붕 그 자체였을 겁니다.

사랑하는 연인에게 이별당하고, 자신의 성정체성은 타의에 의해 밝혀지고, 좋아하지 않는 여자는 임신하고, 부모님도 알게 될거고, 고해성사를 했지만 신부님은 날 이해하지 못하고, 전교1등과 학교에서 킹카였던 자신을 바라보는 모든 시선까지 제이슨이 감당하기에는 벅찼습니다.

 

피터에게 도망가자고 얘기하지만, 피터는 이 관계를 모두 끝내자고 하죠.

 

결국 이런 것들을 모두 이기지 못하고 제이슨은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을 하기 전 약물을 하게 되고 공연 중 약물과다복용으로 죽게됩니다.

 

중간중간 저의 의견들이 좀 섞이긴 했지만 베어더뮤지컬은 보면서 참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뮤지컬이었습니다.

 

우선 제이슨과 피터의 성격이 참 많이 다르다고 느껴졌는데요.

제가 느끼기에 피터는 본인의 성정체성에 대해 인지가 확고하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본인이 남자를 좋아한다는 사실에는 혼란이 없는 것 같았어요. 다만, 엄마에게도 이 사실을 털어놓지 못하고(엄마는 알고 있었지만 피터가 직접 말을 하려고 하자 이를 애써 막게 합니다.) 피터는 누군가 자신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주는' 행위 자체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자신의 연인인 제이슨에게 본인들의 관계를 당당하게 밝히자고 더욱 요구하는 것 같았죠.

그래서인지 피터가 엄마에게 제발 내 얘기를 들어달라고 울며 통화를 하는 장면은 정말 너무나도 마음이 아팠고 속상했습니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피터가 엄마에게는 본인의 속내를 털어놓지 못했지만 수녀님이 피터의 상황을 이해하고 어루만져 주면서 피터는 본인이 가지고 있는 상처가 어느정도 치유된 것 같아 보였습니다. 수녀님이 '타인의 인정을 위해, 나 자신을 속이지 말라.'라고 얘기할때 어린아이처럼 수녀님 품에 안겨 엉엉 울던 피터가 생생합니다.

 

하지만 제이슨은 이런 피터와 달리 '본인의 성 정체성' 그 자체를 아직 완전히 받아들이지 못했다고 생각했습니다.

학교에서 공부도 열심히 잘하고, 친구들에게 인정받는 제이슨은 피터가 본인들의 관계를 밝히자고 얘기할때 이 곳에서는 절대 인정받지 못할 것이라고 하며 그것을 반대합니다.

보수적인 부모님에게 이를 말하는 것도 굉장히 두려워합니다. 

제이슨이 본인의 성 정체성에 대한 인지와 확신이 있었다면, 아이비의 유혹에도 넘어가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제이슨이 본인의 성정체성에 대해 여전히 혼란스러워한다기 보다는, 마음 한켠에 '아직은.. 혹시나..' 하는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이비와의 하룻밤 이후에 제이슨은 피터의 마음에 대해 더욱 확신이 생깁니다. 결국 그것은 이루어지지 못했지만요.

본의 아니게 아웃팅을 당하고 나서 신부님께 고해성사를 하러 간 피터가, '저의 죄를 고합니다.'라고 우는 모습은 참 마음이 아팠습니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것도 아니고, 단지 서로 사랑하는데 그 사랑하는 행위 자체를 '잘못, 죄'라고 칭하며 얘기하는 제이슨이 참 아프더라구요.

 

마지막 제이슨의 죽음와 로미오의 죽음이 동일시 되면서,

쓰러지는 제이슨을 안으며 피터는 그의 입술에 마지막 입맞춤을 합니다.

로미오와 줄리엣이 서로의 신분으로 인해 이루어질 수 없는 비극적인 사랑의 결말이라면, 베어더뮤지컬의 피터와 제이슨은 그들의 사랑을 인정받지 못한 10대 청소년의 비극적인 사랑의 결말이라고 칭할 수 있겠네요.

 

참, 여러 생각이 많습니다.

동성애에 대해 정의하는 것이 참 쉽지 않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동성애에 대한 그 어떠한 감정도 없거든요.

여전히 이 사회는, 동성애 뿐만 아니라 다수에 칭하는 것을 '일반적'이라고 이야기하고 '소수'를 특이하다, 잘못되었다 등으로 분류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이 소수에 속하는 사람들은 손가락질 받고, 이유없이 비난받고, 사회적 약자로 살아가곤 하죠. 

사회의 소수에 속한 사람들도, 소수라는 이유로 손가락질 받을 수 없는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베어더뮤지컬은 동성애에 대한 이야기만 다룬 뮤지컬은 아닙니다. 많이 생략되어있지만 외모적인 컴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나디아와, 스케치에 대한 재능을 가지고 있지만 사회적인 시선과 고정관념을 견디고 있는 '아이비' , 보수적인 카톨릭교 하지만 '큰일났어, x됐어'를 노래부르는 성모마리아가 등장하는 아주 획기적이고 짜릿한 마라맛 뮤지컬입니다. 

 

뮤지컬 '베어더뮤지컬' 후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