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리지 후기, 신나는 락스피릿.. 근데 섬뜩한 이야기를 곁들인..(뮤지컬 리지 줄거리)
안녕하세요. 공부하는 덕후 공덕이입니다.
오늘은 뮤지컬리지 후기를 가져왔어요.
제가 헤드윅 이후로 락뮤에 정말 한동안 제대로 빠졌었는데요.
후기는 올리지 않았지만 그 이후로 본 락뮤지컬 하나가 진짜 완전 실패해서.. (추후에 후기 고려해볼게요)
약간 걱정반 기대반 된 마음으로 리지를 보러갔는데, 저는 만족하며 관람했어요 :)
물론 약간의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점은 분명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1막 중반까지 리지의 스토리텔링 방식이 제 스타일은 아니었어요.
내용을 모르고, 넘버 가사를 잘 못들으면 내용을 이해하기 좀 어려운 편이에요.
그리고 이야기를 풀어서 설명하는 형식이 아니라, 각자의 사연을 가진 배우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노래로 풀어내기 때문에 내용을 모르면 정말 약간 불친절한 뮤지컬 같은 느낌이 처음에는 들었습니다.
하지만 1막 후반부터, 리지의 캐릭터가 변화되면서 몰입감이 갑자기 올라갔는데요.
개인적으로는 극 중의 스토리의 변화도 생겼지만, 리지역을 맡은 '김소향 배우님'의 연기가 한 몫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뮤지컬 리지는 미국에서 있었던 리지보든 살인사건(미제사건) 을 모티브로 만든 뮤지컬입니다.
(스포있음)
아빠한테 성적 학대를 받고 있던 리지와 그 언니인 엠마. (엠마는 확실히 얘기하지는 않지만, 분명 엠마에게도 그 아빠는 그랬겠죠.)
여러 사건들을 참다가 리지가 결국 아빠와 새엄마를 죽이게 됩니다. (뮤지컬 상으로는)
하지만 실제 사건에서는 리지는 무죄로 밝혀집니다. (아빠의 소문이 좋지 않았고, 리지는 젊은 여자고 독실한 기독교인이 었던 게 판정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해요.)
사실 실제 사건에서도 리지가 범인이게 거의 명확하긴 하지만, 결국 무죄로 밝혀졌으니 진실은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뮤지컬 상에는 리지가 범인인 것이 너무 명확하게 아빠와 새엄마를 죽이는 '장면'이 나오기 때문에, 리지는 살인을 저지른 살인범이지만 본인, 그리고 본인 언니인 엠마, 그리고 가정부였던 브리짓, 그리고 친구이자 연인인 앨리스의 변호로 무죄로 풀려나게 됩니다.
물론 앨리스는 처음에, 거짓말을 할 수 없다며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말하겠다고 리지를 곤경에 빠트리기도 하지만, 결국 리지의 편에 서게 되거든요.
내용 자체가 스위니토드 처럼 극전체 분위기는 섬뜩함이 굉장히 많이 깔려있어요
배우들이 굉장히 락발성으로 노래를 부르는데, 항상 공주고 예쁜 역할 하던 소향배우님이 리지 역할을 하면서 (저한테는) 파격변신한 느낌이었는데 너무 잘 어울리더라구요.
그리고 무엇보다 리지는 극이 끝난 이후 커튼콜이 거의 3막이라고 봐도 무방한데요.
4명의 배우가 정말 파워풀하게 몇곡을 앵콜로 불러주는데 두산아트센터를 거의 락페스티벌로 만들어 주는 느낌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1막 종료될 때,
리지가 분노를 참지 못하고 도끼로 아빠와 새엄마를 내리 찍을 때, 그리고 그 잔해(?)가 빨간 종이로 관객석에게 날아올때의 그 묘한 짜릿함? 자유? 너무 좋았습니다 !
2막에는 그때 당시 보수적이었던 미국 사회와 어울리던 옷을 입던 4명의 배우들이 점차 그 족쇄를 벗어던지고 현대적으로 옷을 갈아입었을 때. 그녀들은 자신을 잡아 가두던 족쇄를 벗어뎐졌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그 족쇄가 리지가 '무죄'를 받을 수 있게도움이 되었다는 실제 사실은 생각보다 조금 아이러니 하긴 하더라구요..
파랑새, 비둘기가 되어 날아가고 싶다던 리지의 말이 귓가에 맴돕니다.
리지의 아빠가 리지와 앨리슨이 뒷간에서 애정행각을 하는 것을 보고 리지가 아끼던 비둘기의 머리를 모두 잘라내버렸는데.
비둘기가 자유의 상징이라고 생각하는 리지에게는, 그 비둘기가 마치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과 같았을거라 생각합니다
결국 아빠가 자신의 목도 그렇게 댕강 내려칠거라는 (실제로 리지를 죽인다기보다는, 이미 아빠는 리지의 영혼을 죽인 것과 마찬가지였기 때문), 아니 이미 자신을 죽였다는 사실을 리지는 죽은 비둘기를 보고 깨달았을 겁니다.
그래서 그 걸 본 순간 리지는 분노를 참을 수 없었고, 새엄마와 아빠를 죽이게 됩니다.
새엄마는 마흔번, 아빠는 아니야.
마흔하고 한번더.
도끼로 내려친 횟수를 얘기하며 섬뜩하게 웃는 리지.
마흔번이라는 말도 안되는 잔혹한 도끼질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빠는 한번 더 내려쳐야 했던 리지.
그동안 숨막히게 괴로웠던 그녀의 시간이 짐작가기도 해서 섬뜩하기도 하면서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아빠를 죽이면서, 아빠는 이제 딸이 좋다고 했는데 (본인의 성욕을 풀어야 하니까),
내가 도끼를 들고 있는 것을 보면 '이제 아들이 더 좋다고 하겠지.' (딸이 지금 본인을 죽이려고 하니까)
하며 도끼를 들고 있던 리지의 모습이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뮤지컬 리지,
정말 매력적인 작품이니 꼭 관람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