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제이크와 조이가 꼭 행복하길 바래요. 연극 '킬미나우'

공덕2 2025. 7. 20. 16:12

 

 

연극 킬미나우를 보고 왔습니다.

굉장히 유명한 연극이고, 주위에서 평이 너무 좋아서 예매하고 다녀왔습니다.

 

*스포주의*

 

제가 간 날은 제이크 역에 이석준 배우, 조이 역에 최석진 배우였어요. 

눈물콧물 다 빼는 연극이라고 해서 어느정도 각오는 하고 갔는데, 이렇게까지 오열할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습니다.

원래, 공연을 보면서 몰입도 많이하고, 눈물도 많은 편이긴 한데요.

킬미나우는 제가 지금까지 본 연극, 뮤지컬 중에 가장 많은 눈물을 흘린 것 같아요. 

 

촉망 받던 작가의 삶을 포기하고 장애(지체장애)를 가진 아들을 위해 헌신하는 아버지 '제이크',

그리고 평생 아빠의 보살핌 속에 살아왔지만, 어른이 되고 싶은 '조이'

 

17살의 조이는 성장을 하면서 자연스러운 2차 성징도 겪게 되지만, 그 자연스러운 성장이 지체장애를 가지고 있는 조이에게는 매 순간 힘겨운 고비가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조이의 그런 성장이 제이크에게도 마냥 기쁜 일은 아닙니다.

이 일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그리고 어떻게 해소해야 할지는 조이뿐만 아니라 아버지인 제이크에게도 큰 고민이 되는 일이죠.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두 사람이지만, 오랜 희생으로 인해 조이는 자신이 아버지에게 짐이 된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아버지의 사랑이 때로는 버겁게도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만나게 된 친구 '라우디''와 함께 혼자 살고 싶다는 욕망을 가지게 되는데요.

그러면서 아빠인 제이크와 아들이 조이의 관계에 조금씩 균열이 생기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빠인 제이크가 몸이 아프게 됩니다.

그냥 단순히 몸이 아프다고 생각했지만, 병원에서 들은 병명은 그 가족을 생각지도 않은 방향으로 이끌어가게 됩니다.

아빠는 불치병을 앓고 있었고, 그 병은 점점 더 심해져서 아빠인 제이크는 혼자 걷지도, 밥을 먹지도 못하게 됩니다.

 

17살이 된 조이를 매일 욕조에 목욕을 시키던 슈퍼맨 같던 제이크였는데,

점점 조이와 비슷해지는 제이크의 모습을 보면서 ... 저 역시도 함께 무너지는 마음이었습니다. 

 

자신이 아픈 것 만을 걱정하는 것도 모자라, 자신의 아픔이 아들인 '조이'에게 짐이 될 것 같아 아빤인 제이크는 '안락사' 에 대해 고민하게 되고,

고모인 트와일라는 그런 오빠의 결정을 반대하지만 유일하게 '조이'만 그 결정을 이해하고 존중하는데요.

사실 조이가 일반적인 자식이라면, 아픈 아빠를 끝까지 돌보았을 지도 모르지만, 조이 역시 그러기엔 물리적으로 어렵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조이가 그런 결정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선택자체가, 조이의 삶 역시도 그런 걸 고민해봤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작가였던 아빠 제이크는, 아들 조이가 태어나서는 책을 쓰기 시작했고 아들 조이를 '호수에 있는 백조'라고 생각합니다.

그 얘기를 듣고 조이는 자신의 처지가 백조는 커녕, 욕조에 떠다니는 고무 오리 정도만 된다고 생각하죠.

그래서 본인이 백조가 되지 못해, 아빠에게 미안해 합니다.

 

하지만 사실 조이는 아빠에게 존재 자체로 '백조' 였다는 걸, 조이도 이제는 알게 되겠죠.

 

그렇게 기다리던 조이의 졸업식에, 아빠인 제이크는 다시 쓰러지게 되고, 더이상 이렇게 사는건 의미 없다고 생각을 해서 조이에게 자신을 '안락사' 시켜달라고 합니다.

그렇게 조이는 지금껏 아빠가 자기에게 그래왔듯, 아빠를 욕조에서 마지막으로 씻겨줍니다. 그리고 아빠의 마지막을 함께하죠. 

 

깨어나기전 그들이 꿈속에서 건강한 몸으로, 장난을 치던 그 모습이 아직도 선합니다.

연극에서 아주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그들의 삶에서는 그게 전체였기를 정말 간절히 바랬습니다. 

 

제이크와 조이가 정말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