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공부하는 덕후 공덕이입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연극은 '엔젤스 인 아메리카'입니다.
최근 보고 싶은 뮤지컬이 크게 없어서, 연극을 찾아봤는데요.
내용이 좀 흥미롭기도 했고, 200분의 러닝타임으로 엄청난 연극이라 궁금해서 친구랑 함께 보러가기로 했어요.
극이 거의 3시간이라(...) 주말에 보면 뭔가 주말이 순삭일 것 같아 퇴근하고 친구와 마곡까지 가는 엄청난 여정을 하게 되었어요.
집이 거의 반대편이라 공연 끝나고 집에오니 거의 새벽 1시더라구요(...)
평일 마곡은 정말 하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여담이었구요.
이날 저는 유승호 - 정혜인 페어로 관람했습니다.
이외에 이효정-이유진 부자 페어로 관람하고 싶어서 이렇게 선택하다보니 이 날짜로 관람하게 되었어요.
극은 난해하면서도 또 이해가 되는 점도 많고 그랬던 것 같아요.
호불호가 확실히 있을 수 밖에 없는 연극이라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저는 배우들의 연기에 몰입해서 나름 재밌게 잘 본 것 같습니다.
프라이어윌터역의 유승호 배우님은. 연극 첫 도전이라고 하셔서 기대를 많이 했습니다.워낙 연기 잘하는 배우로 유명하긴 하지만 연극에서는 처음이라 기대반 걱정반했는데요.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이미 그 역에 완벽히 접어든 느낌이 들었습니다.프라이어윌터역은 게이이고, 이미 공연 시작부터 에이즈에 걸려있는 상태인데요. 루이스 아이언스라는 애인에게 자신을 떠나지 말라고 부탁하는 역할입니다.
유승호 배우가 연기하는 게이 역할은 별로 상상이 되지 않았는데, 제가 미디어에서 본 그 어떠한 배우보다 너무 게이(?) 스러운 역할을 너무 잘 하시더라구요.게이라고 해서 무조건 엄청 여성스럽게 연기하거나 이런 걸 좀 별로 안 좋아하는데, 뭐라 설명할 수 없지만 특유의 뭔가 게이스러운 느낌을 잘 표현하셨다고 해야 할까요? 친구와 저도 유승호배우를 보면서 평소에 전혀 느끼지 못했는데, 진짜 저 사람이 내옆에 있었다면 바로 게이임을 알아챌 수 있었겠다? 이런 느낌!?
모든 걸 자기마음대로 하고 떼쓰고 하는 어린아이 같지만, 사실은 자신이 에이즈가 걸리면 루이스가 자신을 떠날까봐 그 사실도 고백하지 못하다가 결국 고백하게 되고 그에게 절대로 자기를 떠나지 말라고 하고, 끝까지 그를 그리워하는 그의 모습을 보니 참 불쌍하고 안타까웠습니다.
그리고 그의 애인인 루이스 아이언스 역의 정경훈 배우님.참 제가 보면서 욕 많이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배우님이 연기를 너무 잘해서요.)애인이 고칠 수 없는 병에 걸렸다고 하면, 그 순간 두려운 마음이 드는건 인간이니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하지만 그렇게 자기를 떠나지말라고 애원하는 아픈 애인을 두고, 두려워서 도망가는건 차마... 이해가 안되더라구요.결국 조셉 포터 피트에게 마음이 흔들리는 그를 보면서 에라이 나쁜놈아 하는 말이 절로 나왔습니다.본인이 게이라서 자신을 손가락질하는 시선에는 굉장히 예민하고 까다로우면서, 윌터의 친구인 벨리즈(흑인 간호사)에게는 알 수 없는 백인우월주의 사상을 자기도 모르게 내뱉는 그의 말에 굉장히 모순거리를 느꼈어요. (여러모로 별로인 사람이라는 뜻;)
그리고 하퍼 아마트 피트의 정혜인 배우님.골때녀에서 축구하시는 모습만 보고 (...) 연기하는건 처음보는데 연기를 정말 잘하시더라구요!
개인적으로 같은 역의 다른 배우님은 제가 연기스타일을 그렇게 선호하지 않아서... 대체로 선택하였는데 정말 너무 잘하셔서 깜짝 놀랐습니다.
몰몬교 신도이지만, 종교적인 믿음보다는 본인의 믿음이 더 중요한 주체적인(?) 그런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경 안정제 중독이라 굉장히 예민하고 이상한 상상(?)도 많이 하지만, 오히려 저는 극중에서 가장 정상적인 사람을 꼽으라면 하퍼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사실 그의 남편인 조셉 포터 피트가 게이임을 스스로 속이고, 위장결혼으로 본인과 결혼한 사실을 깨달았을 때 그녀가 아파하는 모습이 너무 .. 속상했습니다.
그리고 조셉포터피트의 이유진 배우님.
예능할 때 모습만 봤는데, 연기를 잘 하시더라구요.
제가 이 극에서 가장 싫었던 역할 1등이 루이스였다면 2등은 조셉이었습니다.
몰몬교의 독실한 신자로 바르고 착하게 살려고 하지만, 사실 그는 '종교'라는 이름에 휩싸여 자신을 전혀 표현하지 못하고 잃었던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게이라는 사실을 스스로부터 속일 수 밖에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그도 어느정도 피해자라고 생각들기도 하지만 하퍼랑 위장결혼을 하고, 하퍼가 아이를 가지고 싶다고 할 때마다 그녀가 약물중독자라 안된다며 밀어내는 모습이 정말.. 너무 짜증나더라구요. 그리고 솔직히 너무 착한척(?) 하는 것 같아서 짜증났어요. 무슨 말만하면 본인은 그런 사람이 아니다. 나는 그렇게 살 수 없다고 얘기하는데, 본인이 뭐가 그렇게 도덕적으로 깨끗하고 결함이 없길래...??!?!?!
하지만, 술을 먹고 용기를 내서 어머니한테 전화를 해서 남자를 좋아한다고 고백했을 때 어머니가 그 말은 못들은 걸로 하겠다며 매몰차게 그를 밀어내는 장면에서는 유일하게 그가 안타깝고 불쌍하더라구요.
특정 종교를 비판하는 것은 아니지만, 역시 종교보다는 자기 자신의 어떠한 그런 중심(?)이 있어야만 종교도 자신에게 긍정적인 효과가 가능하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종교인이 보기에는 해당 극이 종교를 비판하려고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종교가 없는 제가 보기에는 정말 올바르지 못한 종교, 그리고 본인의 정체성과 본인의 가치가 확립되기 전 무자비한 종교의 강요는 그저 '가스라이팅'이라는 생각 밖에 들지 못할 만큼 그들이 억지 스럽다는 생각 뿐이었고, 현실에서도 크게 다를바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로의 M. 콘의 이유정 배우님.
정말 연기도사 그 자체셨습니다. 티비에서 봤을 때는 굉장히 성격좋은 아버지? 같았는데, 야망 있는 변호사이자 정치인 역할을 정말 잘 하시더라구요. 그도 게이이기 때문에 젊은 남자와의 관계로 에이즈를 얻게 되지만 그는 애써 그를 부정합니다.
그 과정에서 미치광이의 로이의 연기가 진짜.... 극을 압도합니다.. !
인터미션이 2번인 만큼 극이 굉장히 길었는데요.
그래도 생각보다 극의 집중도가 꽤 좋았고, 저는 나름 재밌게 잘 보았습니다 !
파트2가 나오면 이야기가 전체적으로 더 정리될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요. 저는 2가 나오면 보러갈 의향이 있습니다.
극이 한 일주일 정도 남은 걸로 알고 있는데, 한번 보러가시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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