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공부하는 덕후 공덕이입니다.
오늘은 제가 뮤지컬 '시라노' 후기를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무려 5년 만에 돌아온 시라노는 기존 캐스팅과 뉴캐스팅을 공개하면서 많은 화제가 되었는데요.

주인공 시라노 역에는 조형균 배우, 최재림 배우, 고은성 배우가 캐스팅 되었습니다.
조형균 배우를 제외한 최재림 배우와 고은성 배우는 모두 이번 시라노 삼연의 뉴캐스팅입니다.

시라노가 사랑하는 록산역에는 나하나 배우, 김수연 배우, 이지수 배우가 캐스팅되었습니다.
록산 역 역시, 나하나배우 제외한 김수연 배우와 이지수 배우는 뉴캐스팅이에요!

그리고 록산을 사랑하는 또다른 남자, 크리스티앙 역에는 임준혁 배우와 차윤해 배우가 캐스팅되었습니다.

뮤지컬 시라노는 이전에 유튜브에서 넘버 영상을 보면서 꼭 보고 싶었던 뮤지컬이라 개막하자마자 빠르게 예매해서 동생과 다녀왔습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정말 1막 2막 내내 펑펑 울다왔습니다.
단순히 시라노의 사랑이 마음 아파서라기보다는, 시라노가 가진 그 마음과 여러가지의 복합적인 마음이었던 것 같은데요.
정말 강력추천하고 싶은 뮤지컬이라 진심을 다해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뮤지컬을 보러 가기전에 시라노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고 간건 아니라서, 뮤지컬을 보는 내내 답답하면 어떡하지?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외적인 콤플렉스가 있는 시라노가 록산에게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지 못하고, 자신의 글솜씨로 록산과 다른 남자를 이어주게 하는 그런 호구(?) 같은 사랑 이야기로만 알고 있었거든요.
주인공이라 하더라도, 너무 막 희생만 하는 사랑은 선호하지 않아서 너무 록산이 밉거나 시라노가 바보같이 느껴지면 어떡하지 하는 마음에 걱정반 기대반이란 마음으로 관극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시라노가 너무 멋진 사람이고 캐릭터라서 내내 몰입하면서 봤습니다.
정말 안타까웠던 건 '시라노' - '록산' - '크리스티앙' 으로 이어지는 삼각구도에서 누구 한명 악역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스포주의)
우선 크리스티앙의 임준혁 배우님은 실제로 처음뵙는데 굉장히 준수한 외모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크리스티앙의 외모(겉모습)을 보고 록산이 첫눈에 반하는 시나리오이기 때문에, 크리스티앙의 비주얼이 좋아야만 하는데요. 왕자님 같은 배우님의 비주얼에 그 서사가 납득이 충분히 되었던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순수하고 어린아이 같은 크리스티앙의 역할을 너무 잘 소화해주셔서 좋았습니다.
크리스티앙의 캐릭터 자체로만 얘기하자면, 록산과 시라노 사랑을 방해하는 역할이 아닐까 했는데 오히려 극이 끝날 때 크리스티앙이 너무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사실 그도 너무 순수하게 록산을 사랑했지만, 시라노만큼 멋진 말과, 글로 본인의 마음을 전할 수 없었을 뿐이었습니다.
마지막에 전쟁통에서 시라노가 본인의 이름을 빌려 매일매일 록산에게 편지를 쓰고, 본인의 목숨을 걸고 록산에게 편지를 보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크리스티앙. 그리고 그 편지로 집을 팔고 전쟁터로 온 록산을 보면서 록산과 시라노 사이에 불청객은 오히려 자신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 크리스티앙을 보며 너무 가엾고 마음이 아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족에게도 사랑받지 못하고, 자신이 사랑한 여자도 결국은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을 사랑했다는 사실이 그에게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이었을까요?
상대의 겉모습이 아닌 내면을 사랑한다. 당신의 외모가 어떻든 상관없다. 라는 말이 진실한 사랑이라고 우리는 보편적으로 생각하는데, 시라노의 글과 말로 록산의 마음을 얻은 크리스티앙이, 록산에게 그 말을 들으며 '제 겉모습은요..?' 라고 되물을 때 크리스티앙이 너무 가엾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습니다.
결국 마지막에, 록산이 가지고 있던 크리스티앙의 마지막 편지 역시 시라노의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록산과 시라노의 비극적 사랑때문에 마음이 아프기도 했지만, 본인이 쓴 마지막 편지가 결국 록산에게 한번도 진심으로 닿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해서 크리스티앙의 사랑 역시 비극적이게 느껴졌습니다.
록산 역시, 오해해서 미안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나하나 배우님 경력직이어서 그런지 록산 역에 누구보다 잘 맞을 거라는 확신이 들긴 했지만, 정말 너무 완벽했습니다!
배우님의 아름다운 음색과 사랑스러운 모습이 왜 그토록 많은 남자들이(시라노, 크리스티앙, 드 기슈 백작)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는지 납득할 수 있게 했습니다.
크리스티앙과 마찬가지로, 저는 록산이 시라노의 마음을 알면서도 시라노의 겉모습 때문에 그를 이용하기만 한다는 그런 상상을 했었는데요. 뮤지컬 보기도 전에 '난 록산 너무 싫어!'라고 외쳤지만, 뮤지컬을 보고나서 그게 아니라는 걸 깨닳았습니다.
사실 그녀는 한번도 시라노를 거절한 적도 없었는걸요. 물론 크리스티앙의 외적인 모습에 첫눈에 반하긴 했지만, 그녀가 마음을 빼앗긴 말들과 글들은 사실 모두 시라노의 것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그녀의 마음은 과연 어땠을까요..?
많은 남자들에게 사랑을 받았지만, 결국 그 누구도 제대로 솔직하지 못해 록산도 자신의 사랑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한명의 피해자라는 생각이 드니 록산 역시 너무 가여웠습니다.
크리스티앙와 록산의 캐릭터 모두 입체적이어서 너무 좋았지만, 그 중에서도 역시 으뜸은 시라노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맨 처음 밧줄을 타고 등장하는 시라노 모습부터 시라노에게 눈길을 뗄 수 없었습니다.
큰 코로 다른 사람과 조금 다른 외모를 가지고 있지만, 시라노는 누구보다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가스콘 용병대의 대장이었습니다.
그는 뛰어난 검술은 물론 글과 말솜씨로 사람들을 재밌게 하고,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늘 약한 사람의 편에 서서 사람들을 대변합니다.
본인의 외모에서 '코'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당당하고 멋있게 사람들 앞에 서는 시라노의 모습과 대조되게, 록산 앞에서만 서면 '내 큰코 때문에 그녀가 나랑 같이 있는 것 조차 부끄러워 할지도 모른다'며 작아지는 시라노 때문에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다른 사람 앞에서 당당한 모습의 반만큼, 아니 반의 반만큼이라도 록산에게 보여주고 있는 그대로 자신을 고백했다면 록산은 시라노를 사랑할 수 밖에 없다는 걸 우리 모두는 알고 있기 때문이겠죠.
크리스티앙에게 자신의 말을 대신 전하고, 록산에게 고백을 하던 시라노.
그녀에게 얼른 다가가라며 크리스티앙을 진심을 다해 도와주고, 그를 등 떠밀기까지하지만 록산과 크리스티앙이 입맞춤을 하던 순간 문 앞에서 무너져 내리던 시라노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저 역시 그 장면에서 시라노와 함께 무너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록산이 드기슈 백작과 원하지 않는 결혼을 막기 위해 크리스티앙과 결혼을 하려고 하자,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변장까지 하며 시간을 끌어주는 그런 바보같은 시라노.
그는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록산)의 행복만 있으면, 자신의 모습은 어떻든 전혀 신경쓰지 않는 정말 그런 멋진 사람이었어요.
기존 달에 떨어진 나 넘버가 아니어서 조금 당황스럽긴 했지만, 왜 그 장면에서 많은 분들이 우스꽝스러운 장면과 달리 많이 울음을 터트리시는지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가스콘 용병대를 이끄는 늘름한 장수이자, 록산을 사랑하는 한 남자, 그리고 친구들에게는 훌륭하고 의리있는 친구이고, 병사들에게는 신임받는 멋진 리더인 시라노.
그가 가진 외모 콤플렉스는 제발 좀 찢어버리라고 외치고 싶을 정도로, 시라노가 너무 멋진 사람이라 울컥울컥하는 감정을 억누르기 어려웠습니다.
결국 마지막에 시라노는 전쟁이 아니라, 좀도둑의 칼에 맞게 되지만 그는 그 상황에서도 사랑하는 여자 '록산'과의 약속을 어기지 않기 위해 부상을 당한 몸으로 그녀의 앞에 약속한 시간에 나타납니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던 듯 늘 그랬든 일주일의 소식통을 그녀에게 알려주며 그녀를 웃게 만들어 줍니다.
그의 마지막임을 스스로 직감이라도 한듯, 그는 그녀에게 15년이 지난 오늘 크리스티앙의 마지막 편지를 보여달라고 록산에게 요청하고, 록산은 늘 자신의 몸에 함께한 크리스티앙의 편지를 시라노에게 건넵니다.
하지만 그 편지는 15년 전 자신이 록산에게 쓴 편지인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록산 역시 그 편지가 크리스티앙이 아닌 시라노가 쓴 편지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부상이 심해지고, 그 자리에서 쓰러져서 록산이 도움을 청하기 위해 일어서지만 시라노는 그녀를 잡아세웁니다.
십수년이 지난 바로 지금에서야, 서로의 마음을 깨닫게 되었는데 록산의 얼굴을 조금이라도 더 보고 싶어하는 그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크리스티앙이 죽고나서 본인의 마음을 전달 기회가 얼마든지 있었지만, 한 때 자신의 부하였던 크리스티앙이 자꾸 떠올라 록산에게 제대로 된 마음 조차 전해보지 못한 착한 시라노. 그는 결국 마지막 순간을 자신이 한 평생 사랑했던 여인 록산의 품 안에서 잠들게 됩니다.
지금도 글을 쓰면서 울컥울컥 하는 감정이 차오르네요.
시라노만큼 누군가를 사랑한 적이 있는지, 사랑할 수 있는지, 사랑 받을 수 있는지 여러 감정이 드는 관극이었습니다.
2024년 연말에 가장 따듯한 마음으로 볼 수 있는 뮤지컬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꼭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뮤지컬 '시라노' 추천드립니다.
'뮤지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창작뮤지컬 '카포네밀크' 아쉬웠던 솔직후기 (0) | 2024.12.27 |
---|---|
뮤지컬 틱틱붐 후기, '어마어마한 대사량에 깜짝 놀라...' (2) | 2024.12.20 |
9년만에 돌아온 은저스, 박은태의 겟세마네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첫공 (6) | 2024.11.11 |
영화 '몽상가들'의 이야기를 뮤지컬로 풀어낸 '홀리 이노센트', 후기는? (1) | 2024.11.07 |
뮤지컬 리지 후기, 신나는 락스피릿.. 근데 섬뜩한 이야기를 곁들인..(뮤지컬 리지 줄거리) (2) | 2024.09.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