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공부하는 덕후 공덕이입니다.
오늘은 오랜만에 콘서트 후기를 가져왔습니다.
사실 콘서트라고 해도 뮤지컬에 조금 더 가까운(?) 공연이긴 했지만, 그래도 콘서트는 콘서트이니까요.
쇼노트 인스타그램을 팔로우 해두고 있는데 어느날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존카메론미첼' 공연이 열릴 예정이라는 사실을 알게되었습니다.
존카메론 미첼은 헤드윅의 팬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헤드윅의 원작자인데요.
한국에서 헤드윅 팬분들이 워낙 많기 때문에 미첼이 한국에서도 몇번의 콘서트를 연 것으로 알고 있는데 가장 최근 공연은 6년전으로 꽤 오랜 시간이 흘렀습니다.
올 한해 헤드윅에 정말 푹 빠져 살기도 했고, 원작자의 헤드윅이라니 그것도 크리스마스 연말에.. !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동생과 함께 바로 예매했습니다. 24일 25일 양일로 공연이 진행되었고, 저는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저녁 8시 공연으로 다녀왔습니다.
게스트가 있을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공연 전에 이렇게 스페셜 게스트를 안내해줄 줄은 몰랐는데요.
한국에서 헤드윅을 연기한 배우들이 워낙 많다보니, 헤드윅을 연기한 배우들이 올거라는 생각과 달리 제가 방문한 24일에는 샤이니 키님이 스페셜 게스트로 오셨어요. (25일에 유연석 배우가 와서 조금 많이 부러웠습니다.. 연드윅.. 보고싶었거든요..)
24일 퇴근 하고 빠르게 블루스퀘어로 향했습니다.
이 날 크리스마스이브이기도 하고, 블루스쿠어에서 지킬앤하이드 공연도 하고 있어서 사람이 정말 많았습니다.
블루스퀘어 콘서트장은 처음이었는데 생각보다 넓은 것 같기도 하고 좀 비좁은 것 같기도 하고.. 무엇보다 매번 뮤지컬만 보다가 이렇게 단차없는 1층이라니 조금 불편하긴 했습니다.
이날 한국 앵그리 인치 밴드도 공연 내내 연주해주셨고, 이츠학 역할 + 통역 등등으로 제이민 배우님이 함께해주셨어요.
헤드윅 영화에서 본 미첼은 정말 아름다워서 충격적이었는데요.
세월이 많이 흐르긴 했지만, 제가 느낀 미첼은 여전히 아름답고 사랑스럽다는 느낌 뿐이었습니다.
존은 이 날 헤드윅에 나오는 수 많은 넘버들, 그리고 그가 새롭게 만들고 있는 공연의 수록곡.
그리고 그가 사랑한 데이비드 보위의 곡들은 몇 곡 불러줬는데요.
아쉽게도 제가 아는 노래들은 모두 헤드윅 넘버 뿐이라... 다른 곡들은 푹 빠져서 듣지 못했다는게 조금 아쉽지만 헤드윅 그 자체인 존이 불러주는 헤드윅 넘버를 듣는 것 만으로도 정말 황홀한 경험이었습니다.
공연을 다 보고 나니 미첼이 헤드윅이고, 헤드윅이 존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는데요.
어디로 튈지 모르게 통통 거리지만 어딘가 모르게 예민해보이기도 하고, 마냥 좋은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헤드윅이 왜 그렇게까지 사랑스럽게 느껴졌을까 의문이었는데. 헤드윅을 만든 미첼이 그저 사랑스러운 사람이었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날 공연의 가장 하이라이트는 the orgin of love라고 개인적으로 꼽고 싶은데요.
개인적으로 헤드윅 공연에서 가장 하이라이트 넘버는 'midnight radio' 라고 생각합니다.
사랑과 나 자신의 불완전함에 늘 불안했던 헤드윅이, 결국 '나 자신은 나로서 완전하다.'라는 것을 깨닫고 자신을 옥죄던 옷들을 벗어던지고, 부르는 'midnight radio'는 헤드윅에서 강조하는 '사랑'과 '연대'가 가장 잘 나타나는 넘버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콘서트에서 'midnight radio' 부터 먼저 잠깐 얘기하고 넘어가자면, 너무 좋았습니다.
공연에서는 앞에서 서사가 이끌어져오면서 'midnight radio'에서 폭발하는 부분이라면, 콘서트에서는 같은 넘버지만 미첼이 관객들에게 힘을 불어넣어주는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헤드윅이 '나는 나로서 완전하다는걸 이제 깨달았어, 그러니까 너희도 그런거야' 라는 느낌으로 공연에서 불러주는 느낌이었다면, 이번 콘서트에서는 미첼이 '너희 너희 스스로 완전한거 알지? 너네 진짜 너네 자체로 완벽해. 너무 멋있어.' 라고 응원해주고 다독여주는 느낌이었습니다.
다시 the orgin of love로 돌아가서 얘기하자면, '사랑의 기원'이라는 이 노래는 사실 극 중에서는 굉장히 초반에 나오는 노래인데요.
어릴 때 부모로부터 사랑을 받지 못한 헤드윅이, 엄마에게 '사람은 반쪽짜리 인간이고, 우리는 사랑으로 다른 그 반쪽을 채울 수 있다.'라는 말을 들으며 자랍니다. 누구보다 스스로 불완전하다고 생각했던 헤드윅이었기 때문에 그 말이 정답이라고 생각했고, 자신의 불완전함을 채워줄 수 있는 다른 반쪽을 찾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라고 믿고 있었죠.
그래서 극 초반에서 헤드윅이 부르는 the orgin of love는 헤드윅이 아직 스스로 생각하는 불완전함을 채울 수 있는 사랑에 대해 노래하는 넘버입니다.
그런데 콘서트에서 미첼이 불러주는 the orgin of love는 달랐어요.
이미 완전한 사랑이 무엇인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미첼이, '사랑이란 이런 것이다.' 라는 식으로 해당 넘버를 불러주는데 눈물이 너무 나더라구요.
그도 그럴 것이 이 넘버를 부르기 전에, 존이 자신이 지금까지 음악을 해오는 이유가 있다며 제이민 배우님 친구로 부터 받은 편지를 공유해주셨는데요.
해당 편지에는 성소수자로서 본인이 겪었던 스스로 불안함들을 헤드윅을 보면서 많이 깨트릴 수 있었다는 고백이 있었습니다.
그러한 편지를 읽어주고 난 뒤, 존이 직접 불러주는 the orgin of love에서 어떻게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가 있었을까요?
사실 존 카메론 미첼이 1963년생으로 적은 나이도 아니고 지난 번 공연했을 때도 '50대인 존은 여전히 tear me down을 무리없이 열창했다.'라는 식의 뉴스기사도 있어서 60대인 존이 헤드윅을 완벽하게 그대로 재연할 수 있을까? 영화에서의 감동이 줄어들지 않을까? 고민했는데,
정말 괜한 걱정이었습니다.
전성기의 그의 노래보다 덜할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영화에서보다 그 이상의 감동을 느꼈다고 자신있게 얘기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성적취향과 별개로 우리는 이분법적으로 나뉘어져있는 세상에서 어디하나 속해있지 않을 때 본인 스스로에 대한 의심을 참 많이 하곤 하는데요.
헤드윅은 흑백세상에서 회색인 모든 사람들에게, '틀리지 않았다.'라는 것을 끊임없이 얘기해주는 인물입니다.
그런 헤드윅이 이제는 저의 부모님과 같은 세대가 되었는데, 여전히 우리에게 그런말을 해주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행복했어요.
잊을 수 없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것 같았습니다 :-)
Thank you, john cameron mitchell. I really appreciate for your amazing concert.
Rock will never 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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