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문덕후입니다.
어제는 제가 뮤지컬 디어에반핸슨 한국초연 공연을 보러 다녀왔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뮤지컬 디어에반핸슨은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공연을 하고 수많은 상을 휩쓴 공연이구요.
국내 팬들도 영화를 통해 넘버가 많이 익숙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28일 부터 공연이 시작해서 김성규 배우 - 박강현 배우 - 임규형 배우 이렇게 첫공을 시작하게 되었구요.
저는 두번째 날인 29일에 박강현 배우 디어에반핸슨을 보러갔습니다.
디어에반핸슨 캐스팅이 처음 뜨고, 캐스팅 참 잘했다는 생각이 먼저 들더라구요.
디어에반핸슨은 사회력이 떨어지는 학생으로, 상담도 받고 학교에서는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합니다.
굉장히 소심한 캐릭터를 연기해야 하는데, 뭔가 이 배우 3분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맑고, 청량하고, 깨끗하고, 순수한 그런 이미지가 디어에반핸슨과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디어에반핸슨이 한국에 온다는 소식이 있기 전부터, 박강현 배우님이 디어에반핸슨 넘버를 참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요.
딩고뮤직에 나와서 디어에반핸슨 넘버를 부르시기도 하고, 디어에반핸슨 넘버 영상을 부르는 타 영상도 있을 만큼 많은 애정을 보여주셨는데요.
그래서 디어에반핸슨이 한국초연 공연을 한다고 했을 때 많은 팬들이 박강현 배우가 오기를 기대했던 것 같습니다. 저 역시도 그랬구요.
박강현 배우가 보여주는 디어에반핸슨이 너무 좋을 것 같아서 고민 없이 예매를 했고
오프닝 위크로 15% 할인 받아서 공연을 보러 갈 수 있었습니다.
3/29 캐스팅을 말씀드리자면
에반핸슨 역에 박강현 배우, 에반핸슨의 어머니인 하이디 핸슨 역에 신영숙 배우,
코너머피 역에 임지섭 배우, 조이머피 역에 홍서영 배우, 그리고 코너와 조이의 아버지인 래리머피 역에 윤석원 배우, 엄마인 신시아 머피의 한유란 배우
그리고 재러드에 조용휘 배우, 알라나에 염희진 배우 이렇게였습니다 !
(공연후기)
후기에 스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으니, 스포가 싫으신 분들은 읽지 않으시는 걸 추천드릴게요.
우선 공연이 좋았습니다.
배우들의 합도 좋았고, 첫공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주인공 디어에반핸슨 역의 박강현 배우가 에반핸슨에 충분히 녹아든 모습이었습니다.
에반 특유의 어눌하고, 당황하고, 어리숙한 그런 역할을 제가 박강현 배우가 에반핸슨을 연기할때 이럴거다? 생각했던 부분이 정말 많이 보여서 제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0
넘버가 워낙 좋기로 유명한 디어에반핸슨 뮤지컬이기 때문에, 정말 넘버는 다 좋았습니다.
배우가 생각보다 그렇게 많진 않더라구요?
대극장 뮤지컬 중에서는 좀 소수 인원이라고 생각하는데, 제가 올린 저 캐스팅이 극에 나오는 배우들의 전부입니다 !
8명의 배우가 큰 무대를 꽉 채우는데, 전혀 부족함 없이 좋았습니다 :-)
디어에반핸슨의 내용에 대해서 불호가 있으신 분들이 있는데요.
저도 영화를 처음 봤을 때도 그렇고 뮤지컬을 볼 때도 똑같이 느꼈던 것 같습니다.
에반이 처음에 코너가 자살했을 때, 코너 주머니속에 나온 그 편지가 '자신이 자신에게 쓴 편지'라고 처음부터 고백했다면 애초에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죠.
거짓말은 또다른 거짓말을 낳고, 겉잡을 수 없이 거짓말은 커져만 가고,,, 그 거짓말 속에서 에반이 지금껏 자기가 누리지 못했던 것들을 누리기 시작했기 때문에 에반은 자신이 하는 거짓말이 점점 뭐가 잘못되었는지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에반핸슨 캐릭터가 그렇게 매력적이지 못하다는 얘기를 하는 것도 충분히 공감하고 이해합니다.
그런데 어제 뮤지컬을 봤을 때는 조금 다른 시각으로 보게 되었습니다.
물론, 에반이 잘못하지 않았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결과가 어떻든 간에 에반이 거짓으로 사람들을 속인 것은 사실이니까요. 결국 에반의 모든 거짓말이라는 것이 들통이 났을 때 코너의 가족들은 정말 많은 상처를 받게 되었죠.
하지만, 삶을 살아가면서 누구나 거짓말을 하면서 살아가지 않나요?
생각해보면 저도 어제 회사에서 사소한 거짓말 몇 개는 했던 것 같습니다.
거짓말이 좋다, 나쁘다 이런 말을 하려는게 아니라, 사람들은 삶을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거짓말을 늘 해오고 살아간다는 거죠.
에반의 행동이 잘했다고 얘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때 에반의 상황이 그리고 거짓말을 하면서 누렸던 그 이후의 삶들이 에반에게는 너무 컸다는 거죠.
유일한 가족이었던 엄마에게도, 에반은 본인이 여름에 나무에서 '떨어지려고' 했다는게 아니라, '떨어졌다.' 사고였다고 그렇게 얘기를 하죠.
'이 텅빈숲속에 혼자 남게된다면, 누가 나를 찾을까.' 라는 가사에서 알 수 있듯 에반은 사회 구성원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정말 많이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당장 내가 사라진다고 해도, 사람들이 내가 사라졌다는 것을 알까?
나도 내가 사라지면 누군가 내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어. 인정 받고 싶었던 에반에게 코너의 죽음은, 자신의 존재의 가치를 인정받는 하나의 사건이 되어버렸습니다.
그것 때문에 정말 겉잡을 수 없이 일이 커져버린 느낌은 있지만, 에반이 그동안 사회에서 얼마나 자신의 존재 가치를 '목말라'했었는지 알 수 있었죠.
하지만 우리가 '에반'이랑 다르다고 할 수 있을까요?
저는 인간에게 정말 중요한 가치 중 하나가 '인정'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우리는 그 인정 때문에 정말 힘들고 괴로워하면서도, 누군가에게 '인정'받으려고 아득바득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 전에 디어에반핸슨을 보면서 '거짓말'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어제 공연을 보고 나서는 '고백'에 좀 더 초첨을 맞춰서 관람을 했던 것 같습니다.
중요한건 에반이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 보다, 늦었더라도 결국 에반이 사실을 '고백'했다는 걸요.
어쩌면 에반이 처음부터 그 편지가 자신이 쓴거라고 고백한 것보다, 추후에 조이의 가족에게 '그 편지 사실 제가 쓴거고, 그 이메일도 다 제가 쓴거에요.'라고 고백하는게 훨씬, 정말 몇 배는 더 어려웠을 겁니다.
하지만 에반은 용기를 냈죠. 이미 늦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래도 더 늦기 전에 브레이크를 걸었던 겁니다.
'난 시작도 하기 전에, 멈추는 법을 배웠어.' 라는 노래를 부르는 에반이지만, 사실은 그 누구보다 멈출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에반이었죠.
그리고 마지막에 엄마에게 나무에서 '떨어진'것이 아니라, 사실은 '떨어지려고 했다.'라고 사실을 고백하는 에반의 모습을 보면서, 에반의 성장을 한단계 지켜볼 수 있어서 좋은 마무리였던 것 같습니다.
결국 이메일에서 거짓말로 코너와 함께 갔다고 했던 그 과수원에서, 결국 어쨌든 에반 덕분에 조이와 코너의 가족의 추억이 함께 있었던 과수원은 다시 문을 열 수 있었고, 조이의 가족은 피크닉도 오고 그곳에서 시간도 보내며 코너의 부재를 이겨내고 있었습니다.
에반은 진심으로 조이에게 자신의 잘못을 용서했고, 조이는 백퍼센트는 아니지만 에반을 이해하려고 하는 모습도 보였죠.
조이와 에반이 잘되는 것으로 끝났으면 이 공연의 개연성이 정말 이상할 뻔 했는데 둘이 그렇게 깔끔하게 마무리 하는 모습이 오히려 좋았습니다.
에반핸슨의 모습이 이해가 안간다 하더라도,
사실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용기를 내서, 잘못을 바로잡은 에반처럼 우리도 그런 용기를 가질 수 있기를!
모두가 아픈 세상 속에서 혼자 웅크려질 떄,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기꺼이 그 손을 내밀 수 있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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