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문덕후입니다.
이번엔 좀 빠르게 돌아왔죠? 사실 순서로만 따지면, 그레이트코멧 후기를 먼저 남겨야 하는데 어제 저녁에 동생과 함께 파과를 보고 와서 기억이 생생할 때 후기를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학로 홍익대아트센터에서 공연하고 있는 파과.
3.15일부터 5.26일까지 공연입니다. 아직까지 한달 정도 공연시간이 남았으니, 파과가 궁금하신 분들은 얼른 다녀오시길 바랍니다.
이번 파과는 캐스팅부터 많은 화제를 낳았는데요.
구병모 작가의 원작이라는 점부터, 차지연 배우의 차기작 그리고 배우 김재욱님의 첫번째 뮤지컬 도전이라는 점이 참 신선했습니다.
뮤지컬을 보기 전에, 제가 좋아하는 배우를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역할에 대한 정보를 어느정도 미리 습득을 하고, 내가 생각하는 배우의 이미지가 그에 잘 어울릴지 많이 고민을 하고 캐스팅을 선택하는 편인데요.
65세의 늙은 킬러인 조각 역에 '차지연 배우'
20년동안의 복수만을 꿈꾸며 살아온 투우 역에 '김재욱 배우'
이 두분의 역할은 사실 너무 완벽해보여서 고민 없이 차지연 x 김재욱을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매우 만족스러웠습니다.
(내용 스포o)
후기 과정에서 스포가 나올 수 있으니 스포가 싫으신 분들은 읽지 않으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20년 전 자신의 아버지의 죽음을 목격한 어린 투우.
달빛에 비치고 '잊어버려'라는 한마디를 한 채 떠나간,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살인자를 찾기 위해 그는 흔히 말하는 '방역조직' 킬러의 집단에 들어가게 됩니다.
20년의 복수를 위해 그녀만을 찾았다고 해서 사실, 저는 투우 캐릭터가 좀 안쓰러운 그런 캐릭터일 줄 알았는데요. (소설 내용 모름)
그런데 투우의 캐릭터가 정상적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애초에 자신의 아버지의 죽음을 목격하는 그 순간에 투우는 '살인', '죽음'에 대한 이상한 환상을 가지게 됩니다. 그 순간을 핏빛의 황홀함이라고 표현하기도 하죠. (정확한 표현은 기억안나지만, 이런 류의 내용 언급)
어릴 때부터 아주 수많은 약을 먹고, 아버지의 죽음을 목격한 이후 정신 병원에 들어갔던 투우는 20년 동안 복수를 위해 조각을 찾아 헤맸다고 이야기 하지만, 사실 그에게 조각을 찾은 이유는, '아버지의 복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버지도 죽고, 정신병원에서 나온 후 어머니는 다른남자와 재혼하고,
별 볼일 없는 세상에서 그는 아버지를 죽였던 그 순간에, 자신의 뇌리에 박힌 그 킬러의 뒷모습을 보며 그때 느꼈던 그 황홀한(?) 그 감정을 다시 느끼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20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65세의 늙은 조각(손톱)을 발견했을 때 투우는 실망하고, 분노까지 하게 됩니다.
내가 기억하는 당신의 모습은 이게 아니라며, 조각을 탓하죠.
결국 그는 닳아버린 손톱(조각)을 보면서, 과거 그녀의 날카롭고 반짝였던 킬러의 모습을 다시 보기 위해 조각의 뒤를 밟게 되고 조각이 강선생에게 묘한 감정을 느낀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킬러의 세계에서 누군가에게 마음을 준다는건, 그의 약점이 된다는건데 결국 그것으로 투우는 강선생의 딸을 납치하게 되고 조각을 유인합니다. 그렇게 투우는 20년동안 기다리던 조각과의 싸움을 하게되죠.
엎치락 뒤치락 하던 순간, 투우는 조각을 죽일 수 있는 결정적인 순간을 맞이하게 되지만 결국 투우는 머뭇거리게 됩니다.
무엇을 위해 내가 여기까지 달려왔나, 조각을 죽이고 나면 어떻게 되는거지? 본인의 인생의 목표가 조각을 찾아 해치우는 거였는데 막상 그 상황이 되니, 머뭇거리게 된거죠. 더이상 자신의 삶의 목표가 사라지는 것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결국 조각은 그 머뭇기른 순간을 놓치지 않고, 투우를 칼로 찔러 투우를 죽이게 됩니다.
둘의 싸움이 시작 되기전, 투우는 조각이 자신을 알아주기를 바라는 것 처럼 조각에 대한 정보를 마구마구 쏟아냅니다.
하지만 조각은 '너 , 나 아니?' 라는 말만 하며 투우를 기억하지 못하죠. 투우는 자신을 스스로 기억하지 못하면 아무 의미도 없다고 하지만, 결국 마지막에는 조각이 자신을 기억할 수 있는 말을 남깁니다. '아이'라는 말을 하죠.
그러면서 조각이 '너, 그때 그 아이니?' 하며 깜짝 놀라자, 투우는 아무말도 하지 않습니다. 조각은 그저 멍하니 서있죠.
투우는 정말 조각이 자신을 기억해서 기뻤을까요?
그리고 20년 전 자신의 그 수많은 약을 구분하며 먹였던 그 아이, 그리고 그 아버지를 죽이며 아이에게 '잊어버려'라고 했던 조각이, 현재의 투우의 모습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조각의 얘기를 좀 더 해보고 싶습니다.
차지연님의 조각은 정말 명불허전. 2부에서는 계속해서 눈물이 나서 눈물을 닦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10대 친척집에서 쫓겨난 이후, 우연히 '류'를 알게 된 '어린 조각', 그렇게 그녀는 어린시절 부터 킬러의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됩니다.
'류'는 아이도, 아내도 있었지만 조각은 '류'에게 많은 의지를 하고, 어느정도 '사랑'의 감정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이성의 사랑의 감정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린 조각이 살아온 어린 환경이, 불우했기 때문에 그녀가 자신을 킬러로 만든 류를 누구보다 의지하고,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사람이었던 것 확실하지만, 이성적인 사랑은 아니었을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류와 어린조각에게 복수심이 있던 반대세력은, 류의 아내와 아이를 죽이게 됩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어린 조각은 자신이 마음을 주는 누군가가 자신의 약점이 되고, 그것만으로도 그 사람의 인생이 불행해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 같습니다.
결국 류와 조각은 도망을 치다가, 조각이 지뢰를 밟게되고 류가 그 지뢰를 대신 밟고 터지면서 조각은 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자신의 마음을 나누는 그 어떠한 행동도 하지 않았죠.
40년 동안 그녀는 킬러 생활을 계속 했지만, 체력적으로도 변화하면서 예전의 그 칼날같은 손톱의 모습은 사라진지 오래입니다.
난이도 하의 인물들만 처리하면서, 방역세계에서 살아가죠.
그러다가 우연히 자신을 치료해준 '강박사'에게 묘한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이러면 안된다는 걸 알면서도, 그에게 잘보이고 싶어하고, 얘기하고 싶어하고 그렇게 됩니다.
결국 그녀는 그게 약점이 되어, 그의 딸을 구하기 위해 투우에게 찾아가죠.
투우를 찾아가기전, 14살의 노견 무용에게 '다녀와서, 산책을 좀 더 자주가자.'라고 얘기를 합니다.
임무를 수행하기 전(킬러의 의무), 조각은 늘 '다녀올게.'라고 얘기를 하곤 했습니다. 류는 항상 조각에게 그런 얘기를 하지말라고 하죠.
'당연히 돌아올거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하지마라.' 는 류와
'나는 무조건 돌아올거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할거야.' 라는 조각.
어느 때와 다름없이 무용에게 다녀와서는 산책을 자주가고, 너를 위해 사두었던 분홍색, 싱싱한 과즙이 가득한 '복숭아'를 주겠노라 얘기했습니다.
늘 무용에게 자신이 돌아오지 않으면, 바깥문을 열어둘테니 나가라고 얘기했던 조각은. 정작 자기보다 먼저 죽게된 무용을 보며 눈물을 흘립니다.
사실 너에게 주려고 했던 복숭아를 아직 못줬는데 하며, 냉장고에서 꺼내온 복숭아.
하지만 그 복숭아는 이미 핑크빛 색깔과, 싱싱한 과즙은 사라져 버린 '까만색 파과'가 되고 맙니다.
조각은 그 파과를 보며, 자신을 떠올렸던 것 같습니다.
싱싱하고, 붉고, 맛있던, 누구에게 가치 있고 그런 복숭아가 아닌, 이제 다 늙고, 썩어버린 파과가
젊은 시절 하나 제대로 보내지 못하고, 다 늙어서 누군가에게 사랑도 아닌 묘한 감정을 느껴버렸다는 것 하나만으로 이 상황에 놓인 자신의 처지가 파과처럼 느껴진 것이었죠.
무영을 안고, 복숭아를 잡고 노래를 부르던 조각의 모습이 잊혀지질 않습니다.
(전체적인 후기)
뮤지컬 파과는,
정말 배우분들이 노력을 정말 많이했겠다. 싶을 정도로 액션 장면이 매우 많습니다.
ng도 없고, 원테이크 신으로 액션신을 소화하는 것이 정말 쉽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배우분들의 액션이 너무 멋졌습니다.
무대 연출도 정말 더할나위 없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뮤지컬이 처음이라는 김재욱 배우님은 사실 처음에 걱정을 좀 하긴 했는데,
노래를 생각보다 잘하시더라구요.
연기는 뭐, 말할 것도 없이 너무 좋았습니다.
다만, 노래실력과는 별개로 뮤지컬 발성이 아직 익숙치 않으시다보니, 노래를 하는 것 자체가 조금 어색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뒤돌아서 노래할때 몰입이 더 잘됐어요. 노래 실력 자체는 괜찮았거든요.)
그래도 투우라는 역할에 김재욱 배우님의 이미지가 너무 찰떡이어서 저는 잘 봤습니다 :)
뮤지컬 파과 추천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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